저널리즘의 미래, 암울하기만 할까?
* 원 제목은 “저널리즘의 위기, 우울하게만 볼 것은 아니다”였는데, 바꿨습니다. 가볍게 쓴 글인데 혹시라도 제목을 보고 “저널리즘의 위기에 대한 무슨 해답이라도 나와 있나” 하고 들어왔다가 실망하실 분들이 계실지 몰라서요. 이 글은 ‘위기’, ‘답이 없다’, ‘시계제로’, 이런 말만 나오는 데 대한 단상을 적은 데 불과합니다. *
오랜만에 한RSS에 들어가니 그동안 쌓인 글이 너무 많아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inthrerye님의 starred items와 몇몇 블로거 글만 죽 훑어 봤는데, 저널리즘 특히 신문의 위기에 대해 적은 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바하문트님이 쓴 What Do Dailies Need to Stay Afloat, (and possibly walk on the water)? 란 다소 긴 제목의 글이고, 다른 하나는 노정태님이 쓴 시대착오에 대하여 라는 글이다. 둘 다 월터 아이잭슨의 타임지 기고문을 읽고 쓴 것 같다.
바하문트님의 글은 신문이나 잡지 등의 매체가 인터넷에 공짜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트렌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결국 이들 언론사들은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노정태님은 진정한 의미의 저널리즘 자체가 점차 죽어가고 있고, 특히 한국에서는 그런 것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허물어지고 있다며 한탄하고 있다. 초점은 다르지만 둘 다 저널리즘의 위기가 기사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려는 독자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데는 동의하는 것 같다.
오래 전, 신문이 세상을 보는 유일한 창이었을 때 (‘호외’라는 것도 종종 찍었던 시절) 사람들은 단순히 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자 하는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신문을 돈 주고 구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공짜로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상황에서(특히 연합뉴스니 AP통신 같은 와이어 기사들이 포털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마당에) 신문 구독자들은 신문을 통해 그 이상의 가치 있는 정보나 분석력 있는 글을 읽으려는 이들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독자수가 줄어드는 마당에 광고까지 인터넷과 케이블TV 등으로 빼앗기면서 제작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사실 나도 ‘사양산업 종사자’이다보니 한때 이런 현실에 좌절하고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생각이 좀 바뀌었다. 신문 또는 저널리즘, 아니 콘텐츠 산업 전체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것은 외형(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내부구조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는 약간은 막연한 추측에서다.
10년 후에는 신문 배급소라는 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유통 방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종이신문이 몽땅 없어질지도 모른다. 유통뿐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도 바뀔 것이다. 이미 음악이나 동영상은 인터넷 과금 시스템이 정착돼 가고 있고,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유통되는 저작물에 대해서는 저작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도(할리우드 작가 파업의 결과처럼) 변화가 오고 있다. 저널리즘 특히 신문 쪽은 그중 가장 상황이 열악한 게 사실이지만, 이 분야에서도 창의력이 부족한 내가 상상하기 어려운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세계 유수 신문사들이 머리 싸매고 수년 간 고민했는데도 아직까지 그럴 듯한 게 나오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기존의 신문 발행 시스템을 일단 고수해야 하는 입장이고, 대안은 전혀 다른 곳에서 나올 수도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진정한 저널리즘에 대한 수요는 많은 적든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이돌 그룹의 댄스곡이 1위라 하더라도 발라드나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하는 것처럼. 그걸 구현하는 건 신문 기사가 아니라 블로그 포스팅일 수도 있고 논픽션 저서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제3의 것일 수도 있다. 또 그러한 저널리즘이 기존 매체라는 ‘남’이 아니라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개인, ‘나’에 의해 구현될 수도 있다. 물론 가만히 앉아서 시간만 보내면 그러한 변화가 저절로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들이 파업을 통해 변화한 세상에서 자기들의 권리를 찾았듯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뭐, 어쨌든,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건 아니라는 얘기였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너무 여러가지 생각들이 동시에 떠올라 정리가 안되네요…
다만 적어도 ‘유료 모델’의 핵심이 ‘칼럼’이 아닌, 취재기사가 되어야 한다는 건… 새로운 발상이긴 하지만, 이는 동종, 유사, 관련업계의 ‘일치된 이해’(달리 표현하면 담합)이 없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모델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변화가 초래할 부작용과 반작용의 여파도 매우 클 것 같고 말이죠.
그리고 그 ‘담합’의 차원에서, 외국 사정이야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우리나라 사정은 포털이 갖는 온라인 영역의 장악력이 안정적인 ‘구조화’를 완성해가고 있는 판에 ‘신문업계의 대동단결’이라니… 글쎄요, 포털이 스스로 ‘사실 취재를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을 생산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지난 스포츠 신문들의 콘텐츠 공급 포기 이후 우후죽순의 온라인 하청 언론사들이 생겨난 것 같이요). 온라인에서의 유통권력, 그 주도권 경쟁에서 신문은 지난날의 영광을 재현하기 몹시 어려운 구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취재기사 / 칼럼… 에 대해서는 저는 여전히 취재기사가 갖는 가치는 (현재의 이런 콘텐츠 유통구조 속에서) 매우 한정적인 영역에 머물 수 밖에 없고, 노정태씨 글에도 등장하는 그 ‘사실을 가공’하는 역할, 그러니 신문으로 치자면 칼럼(사설)의 영역이 좀더 본질적인 것이 아닌가 싶어요. 뉴욕타임즈도 지난해 포기했다고는 합니다만, 여전히 신문의 활로는 취재 그 자체보다는 칼럼니스트의 대중화(?)라는 관점에서 뭔가 쇼부(ㅡ.ㅡ;)를 봐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 역시도 매우 고단한 시도겠습니다만…
생각이 정리가 안되서…ㅡ.ㅡ;
잡생각을 그쳐야겠네요.
온라인 저널리즘/뉴스의 미래 3: 유료서비스와 싸이월드 도토리…
‘TIME’지의 편집장, 그리고 CNN의 대표를 지낸 Walter Isaacson(인물소개 보기)은 지난 2월 5일 “How to Save Your Newspaper”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현 (온라인) 언론의 위기를 훌륭하게 정리하고 있다.원…
온라인 저널리즘/뉴스의 미래 2: 여섯가지 수익모델…
상황 1: 미디어 생산자와 소비자의 서로 다른 체감온도언론/방송기업들이 미디어의 위기를 말할 때, 정작 미디어 소비자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라는 탄성을 지르고 있다. 한편에서…
새로운 미디어의 힘을 인정하지만, 정치에 대한 저널리즘은 기존의 전문적인 언론이 가진 경쟁력이라고 BBC 사장이 했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고전적인 방식의 저널리즘 – 취재, 탐사를 통한 저널리즘의 영역 구축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언론인들이 해야 하는 영역일 뿐더러, 근간이면서, 여전히 유효한 영역이라고 보거든요.
대중 친화적인 기사에 신경을 쓰다 보니 기사의 양은 늘고, 질은 낮아져서 누구나 기사를 쓸 수 있고, 누구나 취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취재/탐사는 사실 상당히 전문적인 영역이고, 경제적인 가치까지도 여전히 가지고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써머즈님 말씀을 들으니 또 일리가 있네요. : )
‘(심층) 취재’ 영역이 저널리즘 본령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ㄱ. 하지만 현실적으론 과연 얼마나 ‘심층적인’ 혹은 ‘입체적인’ 취재를 담보할 수 있을까는 차원에서는 좀 의문입니다. 물론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요.
ㄴ. 그리고 그런 심층적인 취재가 필요한 영역, 그리고 소위 ‘특종’을 터뜨릴 수 있는 영역은 매우 한정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더불어 들어요.
ㄷ. 끝으로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하는 ‘이야기’ ‘소식’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현재 한국 저널리즘이 그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저는 전혀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심층취재니 특종이니 하는 것 역시 매우 지엽적인 의미만을 부여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동 중에 하는 잡담: 미디어, 소액결제…
뉴욕 타임즈가 폐간 위기에 처했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아도 기성 언론의 위기가 명확한 요즘이다. / 이런 저런 이유가 많겠지만 조금 다른 쪽에서 접근해 본다면 신문사들이 온라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