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깅하기 좋은 글쓰기는?
다음 블로거뉴스의 영향일까. 요즘 몇몇 블로그를 보면 마치 신문 기사체를 흉내낸 듯한 문체로 글을 쓰는 블로거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 (국내) 신문 기사체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들 수 있다.
1. 역피라미드형 : 글의 서두에 가장 중요한 내용이 압축적으로 들어 있다. 뒤에 설명이 붙고, 맨 마지막은 편집시 잘라내도 상관 없는 내용이다. (전문가 멘트 등)
2. 몰개성 : 글쓴이의 개성이 문체에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기자가 써도 비슷비슷하다.
3. 건조함 : 불필요한 미사여구는 최대한 생략하고 사실과 분석 등 딱딱한 내용을 딱딱한 문체로 쓴다.
이 같은 국내 신문 기사체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데는 유용하지만 읽는 재미는 주지 못한다. 반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 해외 정론지들의 기사를 읽어보면 고급스럽고 유려한 문체에 정확성이나 가독성도 떨어지지 않는 글쓰기 기술을 구사한다.
국내에서도 외국 신문들의 이런 기사체를 본받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오래 전부터 취재보다 문장력을 더 높이 샀던 문화면을 제외하면 이런 저런 이유로 실패했다.
아무래도 이런 문체를 구사하려면 글 쓰는 데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지면은 이전 신문의 배 이상으로 넓어지고 기자 수는 절반으로 급감하면서 현실적으로 기자들은 ‘기사 찍어내는 기계’가 돼 버렸고, 예전의 딱딱하고 지루한 문체를 탈피하지 못했다. 요즘은 문화부 기자들조차 일에 치여 예전처럼 훌륭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데 심혈을 기울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재미없는 글쓰기 방식을 굳이 블로거들까지 흉내낼 필요가 있을까? 내 의견은 ‘No’다. 첫 문장만 보고, 심지어 제목만 훑어 보고도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신문 기사와 블로그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로그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글쓰기 양식을 (사례와 더불어) 추천해 보려고 한다.
1. 개인적 경험을 통해 주제의식을 도출하는 에세이 또는 칼럼 형식
첫 문장만 봐도 핵심이 파악되는 신문 기사와 달리, 앞부분은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깃거리(필자 개인의 경험 등)로 시작해 점차 글을 쓰려는 주제에 깊숙하게 접근하는 방식. 신문 칼럼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예) 바하문트 님의 ‘스튜디오 판타지아’ : 요즘 번역 글을 더 많이 싣고 있지만(물론 그 글들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직접 쓴 글 중 전문 칼럼니스트를 훨씬 능가하는 멋진 문장력을 보여주는 글들이 많다. 안타깝게도 올해 들어 작년에 올리신 좋은 글들은 모두 비공개로 돌린 것 같은데 몇 가지만이라도 공개해 주시면 좋겠다.
2. 중요한 정보나 필자의 insight를 짤막하게 전달하는 압축적 글
신문기사도 단신과 기획, 해설기사가 있지만 그렇게 기사의 길이를 정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기사 가치’다. 즉 중요하지 않은 건 짧게, 중요한 건 길게 쓴다. 하지만 블로깅을 할 때는 매우 중요한 정보나 필자만의 고유한 통찰력을 전하는 중요한 포스팅이라도 무조건 길게 쓰기보다 핵심을 찌르는 몇 개의 문장만으로 끝내는 경우가 있다. 가끔은 겨우 한 줄짜리 포스팅도 긴 여운을 남기는 법이다.
(예) Paul Krugman의 블로그 : Krugman은 블로그 포스팅은 짧게, NYT에 싣는 칼럼은 길게 쓰는 편인데 겨우 5~6줄짜리 포스팅도 아주 유용하고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경우가 많다.
3.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따로 뽑아 가벼운 보고서처럼 쓰는 글
온라인에서 글을 읽다보면 분명 책이나 신문 등 종이 매체를 읽을 때보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연구 결과로도 증명됐다) 지나치게 긴 글은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블로거들이 지나치게 긴 글을 쓰는 건 피하는 편이다. 일부 블로거들은 글의 중간 중간 핵심 키워드를 뽑아 글자색이나 굵기를 다르게 해 강조하거나, 1, 2, 3, 하는 식으로 번호를 붙여서 좀더 읽기 편리하게 만든다. 짧은 보고서 같지만 보고서의 딱딱한 글쓰기 방식만 피한다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예) Inuit 님의 ‘Inuit Blogged’: 사실 이런 방식의 글쓰기는 Inuit 님 블로그 외에 다른 예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Inuit님 블로그를 읽을 때는 좀 재미 없는 주제라 하더라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어 한눈에 쏙쏙 들어온다는 걸 다들 느낄 듯. 특히 서평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4. 블로거의 목소리를 담는 글
가끔 글을 쓴 블로거가 직접 내 귀에 대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적절한 구어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그런데, 글쓴이의 개성을 담으면서 일반적인 글쓰기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법이라고 생각한다.
(예) 너바나나와 아홉그루님의 ‘개암나무에 걸린 게으른 해’ : 컨트리 스타일(?)의 너바나나님 말투와 차분한 아홉그루님의 말투가 글 속에 담겨 있다. 특히 너바나나님의 ‘~하구만요’라는 특유의 어미가 좋다.
5. 사진이나 동영상, 짤방을 재치있게 활용
이 방식의 블로깅은 상당수 블로그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요즘에는 사진이나 짤방을 단순히 삽입하는 데서 더 나아가 얼마나 ‘재치있게’ 배치하는지가 이러한 유형의 글에서 재미를 좌우하는 것 같다.
(예) rince님의 ‘loading… 100%’, 이승환님의 ‘Real Factory’ 등 : rince님은 재미있는 사진을 재치있는 스토리로 엮어 보여주시고, 이승환님은 주로 만화의 대사를 재치있게 고쳐 글의 적절한 부분에 삽입하는데 모두 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없는 재미를 준다.

jjjismy의 생각…
블로깅하기 좋은 글쓰기는? – The Blographic 난 좀 이해가 안된다. 왜 이런 글을 쓰는지….
오랜만에 블로그래픽에 글이 올라왔군요. 가정사는 잘 치르셨는지? :)
저는 어떤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시는지 ^_^;;
다들 글쓰기 실력들이 좋으셔서 괜한 비교가 되기 일쑤지요.
굳이 뉴스사이트가 아니라 블로그를 돌아다니는 이유가 괜히 있는게 아니겠죠.
근데,,, 저렇게 글 쓰는거 힘들잖아요.ㅍㅍ
어설프게 따라하기 또는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난 글만 안 썼으면 좋겠습니다.
와,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저는 글쓰기 실력이 없어서 포스트 하나 쓰는데도 엄청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고치고 고치고 하는데도 영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제가 쓰고싶은것은 짧게 짧게 핵심을 전달하는 3번 형식인데… 쓰다보면 온갖 수식어들이 들어가버려 너무 복잡해버리더군요…
두고두고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