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잘 기억하고 있습니까?

Aug 13th, 2008 | By 써머즈

구글 히스토리 서비스 다들 알고 계시죠? 정식 명칭은 구글 웹 히스토리 (Google Web History) 입니다.

언젠가 처음 오픈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아래 정도로 생각을 했었죠.

아, 내가 검색한 내용과 북마크들이 구글에 로그인만 하면 어느 PC에 있든지 바로 알 수 있으니까 중복으로 검색할 필요도 없고 참 좋다.

구글 히스토리 서비스는 아래의 각종 검색 서비스에서 사용한 기록이 확보되고 있습니다. 구글에 로그인한 상태에서 구글 검색을 사용하면 그 기록들이 고스란히 저장이 됩니다. 날짜별로 차곡차곡, 어떤 검색어로 어떤 링크를 클릭했는지가 상세하게 표시됩니다.

http://www.google.com
이미지 http://images.google.com
뉴스 http://news.google.com
제품 http://www.google.com/products
스폰서 링크 (구글 광고를 클릭한 정보들)
동영상 http://video.google.com
지도 http://maps.google.com
블로그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구글 리더를 사용하면 보이는 걸까요?)
http://books.google.com

문득 제 검색 기록들을 보다가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모든 검색 기록들이, 제가 인터넷에서 클릭하는 기록들이 – 적어도 구글에 로그인한 상태에서의 인터넷 사용 습관이 모두 기록된다는 것이 말이죠.

블로그에 온라인 상의 실존이 존재한다고 한다면, 구글 히스토리 서비스는 그 실존의 깊숙한 곳을 보여주는 곳이라 할까요?

블로그가 아무리 사적인 공간이 라고 해도 많은 블로거들은 글을 올리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하고 발행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욕을 하든 무의미한 글을 적든 간에 어느 정도의 자기 검열을 거친 표현이 이루어지는 장소라는 거죠. 각종 게시판이나 커뮤니티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검색은 어떨까요. 검색은 블로그나 커뮤니티와는 좀 다릅니다. 훨씬 사적인 영역이죠.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지 않아서 검색을 하기도 하고, 온오프라인의 실존이 관심을 갖는 것과는 다른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검색을 하기도 합니다. 검색과 클릭 패턴은 그야말로 취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행위입니다. 블로그나 커뮤니티가 말 (talk)이라고 한다면, 검색은 생각 (think)이라 할 수 있을테고요.

구글의 이 서비스를 보면서 구글이 점점 악 (evil)이 되어가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더군요. 개개인의 정보가 알게 모르게 하나둘씩 취합되어 개개인의 성향이 분석되는 대로 서비스가 진행되는 것은 물론이고, 제 검색 기록이 제가 통제할 수 없는 곳에 기록으로 쌓인다는 것과 제 행동 패턴의 일부만을 가지고 평가가 내려질 수 있는 점이 꺼림직하다는 거죠.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최근의 웹 서비스 트렌드 중의 하나인 개인화 서비스의 필수 요소는 바로 취향의 기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예. 취향입니다. 개개인의 취향들이 데이터베이스화되어 개인화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그렇다면 개인화 서비스는 악 (evil)일까요? 각종 추천 서비스 (혹은 매칭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은 모두 악일까요? 오히려 저는 구글의 저 서비스가 자료들을 큰 가공없이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 기록들이 이리저리 가공되고 몇 가지 살을 입혀진 채 서비스가 된다면 사실 덜 무서울 거예요.

예를 들어 다음(DAUM)이 기사, 누가 봤을까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들이 기사를 클릭하는 행동으로부터 성별, 연령별, 지역별 정보들을 뽑아서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이 정보가 어느 선까지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 데이터베이스에서 다음(DAUM) 아이디로 뭔가 개인적인 정보를 추출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죠. 왜일까요? 사용자에게 관련 정보가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렇게 사용자를 위한 구체적인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각종 포털들과 쇼핑몰들은 당연히(!) 회원들의 클릭과 정보 이용 패턴, 구매 패턴을 정보화하여 열심히 분석하고 그것을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을 겁니다.

사람들을 편리하게 만들고 집중력있는 사이트를 만들기 위한 개인화 서비스를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개인의 취향들이 필요합니다. 기업은 언젠가부터 많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우리는 그 대가로 스스로의 정체성과 취향을 기업들에게 전달해주고 있죠. 그리고, 기업은 이 정보를 사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도 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가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구글의 히스토리 서비스가 무시무시한 발상에서 나온 악한 서비스 (evil service)인가 하는 의문에 대한 제 생각을 한 마디로 표현하고 이 글을 마칩니다. 제 생각에는 구글 히스토리 서비스는 기존의 개인화 서비스, (사용자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각종 통계를 위한 자료들과 별 다를바 없다고 봐요. 다만, 구글이 광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검색 결과에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는 결국 소비자가 선택하는 거죠. 구글의 서비스 영향력이 점점 커져서 선택의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건 논외지만 말이죠.

6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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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괜히 ‘구글신’이 아니죠.
    그분은 모든걸 보고 계십니다. 흠좀무.

  2. 실제로 어느 정도 일반인으로는 불가해한 영역까지 도달해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예, 괜히 구글신이 아니죠.

  3. 편해서 쓸모 있다 여겨서 저도 이런 저런 서비스를 쓰고 있지만 종종 섬뜩한 생각이 들기도 해요. 비단 구글 뿐만 아니라 혜택을 빌미로 유혹하는 각종 멤버쉽 카드,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과도하게 친절한 기업들의 전략, 정부에서 도입한다는 전자 여권… 이러다 정말 언제고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영화에 나오듯 길 가다가도 생체 정보 한 번 읽히면 내가 누군지 단박에 알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ㄷㄷㄷ

  4. 맞습니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여기저기 정보들을 짜맞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고요.
    개인으로부터 취득한 정보들의 양이 많아지고, 그게 한 곳으로 모일 수록 잘못 사용되었을 때의 파급력은 상상을 불허할 텐데, 개인들의 정보를 그리 소중하게 여기는 기업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5. 이미 대부분의 포털들은 개인의 쿠키를 잘 먹고 있습니다.?

    다음이나 구글에 나오는 각종 통계치가 어디서 나오는건지 생각해본다면 말이죠

  6. 예. 맞습니다. 드러나느냐 드러나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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