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과는 상관 없는 것
부제 : 블로그상 대화에 관한 단상
1. 유치한 선입견 : 가령 이름이나 필명(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배경) 등을 판단의 재료로 삼는 일.
여기서 초딩은 초등학생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적 관습상 유치하고, 판단능력이 매우 부족한 사람 정도의 어감으로 썼다. 이 초딩들이 자주 하는게 있다. 이름으로 사람 놀리고(놀릴 수 있다는 믿는 그 사고의 유치함은 차치하고), 판단하는 일이다.
‘민주당’라는 이름(필명)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이 사람과 논쟁을 하겠다고 나섰다 치자. 그런데 주제가 ‘KBS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의 정당성’이라고 치자. “당신 이름(필명)을 보니 민주당 끄나풀이나 추종자 같던데…”라고 언급하는 순간 이제 토론과 논쟁은 없다. 그냥 유치한 비난만이 남게 된다. 토론(논쟁)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거다.
자기 인식 수준을 발가벗기는 자기고백.
물론 그 수준은 딱 초딩이다.
2. 의견과 근거
그 사람의 ‘의견(주장)과 근거’에 대해 논하는 것도 시간이 모자르다. 왜 그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당신의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나. 그래서 당신에게 남는 건 도대체 뭔가? 그리고 ‘인간’이라는 부조리한 실존의 이율배반을 인정한다면, 그리고 자신 안에 있는 그 갈등과 모순의 총체가 바로 인간이라는 걸 조금은 겸허히 긍정한다면, 표현된 의견과 그 의견을 지지하는 근거에 대해서만 논쟁하라. 괜히 딴짓하지 말라.
3. 상대방 조롱하고 싶은 심리.
관계와 (자기)존중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이 없는 경우에,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을 자신의 편협한 사고체계(주로 정치적 당파성)에 바탕해 조롱함으로써 우쭐함에 빠지곤 하는데, 이런 불쌍한(말 그대로 측은지심 생겨나는) 행동은 하지 말자.
물론 이건 (우리의 사랑스런) 속물근성에 가장 어울리는 방식이고, 또 누구나(적어도 나는) 일차적으로 이런 심리(즉각적인 공격 욕구)를 경험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으로 당신이 얻는 건 없다. 순간적인 쾌감? 그게 자위행위와 뭐가 다른가? 자위행위는 그저 잠시 허무하고, 쓸쓸해질 뿐이다. 하지만 타인을 공격함으로써 순간 충족되는 당신의 쾌감을 위한 정신의 피스톤운동은 결국 당신의 영혼을 파괴한다.
4. 무지와 야만
무지는 때에 따라 야만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앎이, 지식이 점점더 야만에 가까워지고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사는 것 같다.
당신이 당신이 갖고 있는 코딱지만큼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떠벌리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그건 유치하기는 하지만 최소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그 지식을 ‘무기’로 상대방을 지배하고 싶다거나, 혹은 상대방을 깔아뭉개기 위해 그 지식을 지배적 권력관계의 도구로 사용하고 싶다고 느낀다면, 그 지식의 무게와 부피만큼 당신은 야만적이다.
성찰과 자기반성, 그리고 공동체와 관계에 대한 고민과 소망이 없는 지식은, 쉽게 말해 ‘인간 없는’ 지식은 해방에 관여하지 않고, 파괴와 지배에 관여한다. 이런 취지에서 벤야민은 말했다. “모든 문명의 역사는 야만의 역사”라고.
무지가 야만이 아니라, 앎이 야만의 도구가 되고, 결국은 앎을 통해 매개된 권력이 야만의 견고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당신의 알량한 지식, 그 지식의 부피와 무게만큼 그 야만의 늪은 더 더욱 깊어진다. 이 경우에 지식이란 대장에서 배설되는 역한 냄새를 동반한 물질을 처리하기 위한 부드러운 종이만큼도 가치 없다. 당신의 지식은 세상을 더욱 더 역겁고, 비참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호텔 자선파티에서 멋진 시낭송을 한 뒤,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앤이 다이애나에게 하는 말,
“이 세상을 경멸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

철저하게 논리에만 기반한 토론을 보기 힘들어요 요즘은… 한 쪽이 그런 자세로 나와도 다른 쪽이 그렇지 않으면 바로 무너지죠.
그냥 어린아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토론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서로 배우기도 하고, 알려주기도 하고… 그랬음 좋겠습니다. 이건 무슨 쥐뿔만한 지식으로 내가 잘났네, 니가 못났네.. 이러니.. 좀 많이 우울하네요…
언제라도 내게 아픈 ‘딴지’를 걸어 주시오…
[딴지] “그러면 저 세상에서라도 나는 그런 당신들께 감사할 것이요.”작성자 : 하민혁 등록일 : 2004.02.09 21:21:521. 방금 어느 분께서 내게 전화를 걸어와 글쓰기를 자제해주십사고 말했다. 낮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