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계의 김구라 워너비들

Jul 23rd, 2008 | By blographers

‘미디어 토크’ 파드캐스트를 진행하시는 link님과 민노씨께서 이번 주에 ‘촛불이 찾아야 할 신대륙‘이라는 제목으로 의미있는 대담을 해주셨습니다. 이 대담에서 링크님은 우리나라 인터넷 참여 모델의 한계를 지적하고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적 모델을 언급했습니다. 일단 링크님이 지적한 한국식 인터넷 시민 참여 모델의 한계는 세가지입니다.

첫째, 포털 종속적이며 아직도 게시판 중심적 사고를 한다.
둘째,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들이 기존매체에 나와 인터넷에 대해 뭔가를 이야기 하신다. 또 인터넷을 발판으로 기존매체에 얼굴을 내밀고 싶어하는 이른바 블로그계의 김구라 워너비들이 간혹 기존매체에 등장해서 인터넷의 진정한 힘을 왜곡시킨다.
세째,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상호 연계된 참여 모델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첫번째 포털 종속적이라는 점은 부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확한 것입니다. 냉소적으로 이야기한다면 포털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웹2.0을 이야기하고, 아고라에 글쓰고 댓글 달면서 집단지성에 참여한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포털을 벗어나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또다른 그들만의 고립된 섬들을 만들고 그 안에서만 소통합니다. 블로그계만 보더라도 같은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은 그 안에서 in-group을 만들고 좀처럼 외부와 소통하려 하지 않습니다.

두번째, 오프라인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 혹은 오프라인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도구로 삼아 “뜨려고” 노력하고, 기존매체는 이런 ‘유사 온라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을 조명하면서 진짜 온라인 현상이 아닌 ‘기존매체 친화적’ 온라인 현상을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블로그 저널리즘’이나 ‘1인 미디어’같은 용어를 부각시키고 기존매체 종사자들 따라하는 흉내쟁이중 잘나가는 소수를 치켜세워주는 것입니다. 이런 모델에서 블로그는 기껏해야 기존매체의 들러리로 전락되는 것입니다.

link님의 표현이 재미있는데요. 김구라는 인터넷을 발판으로 기성체제를 노렸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촛불집회와 인터넷’에 대해 토론같은 것을 하면 진짜 인터넷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이런 김구라 워너비 같은 분들이 설친다는 거죠. 이성과 논리를 따지는 네티즌들이 즐겨본다는 100분 토론만 해도 그렇죠. 집단지성을 이야기하는데, 인터넷과 집단지성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들이 나와서 집단지성과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는데, ‘와 말씀 잘하신다’ ‘100분 토론 스타 탄생’이다라고 환호하는 네티즌분들도 있더군요.

세번째, 오프라인의 기성매체 의존적인 온라인 운동을 한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기성매체가 빛을 비쳐주면 잠시 반짝했다가, 기성매체가 관심을 주지 않으면 곧 시들해집니다. 결국 정부나 언론이나 네티즌이나 모두 ‘MBC PD수첩’의 보도가 없었다면 촛불이 그렇게 타올랐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실제로 그렇게 수많은 촛불이 나온 것도 ‘광우병 소 먹기 싫다’와 같은 지극히 감성적 공포때문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러다보니 이른바 진보 성향의 기성매체에 있는 분들도 온라인의 민심을 이용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고 할 뿐, 온라인을 동등한 이슈 생산자로 받쳐주려는 노력은 하지 않습니다. 촛불 정국에서 YTN이나 KBS, MBC 기자나 PD일부가 ‘아고라’에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중 인터넷의 분산된 참여 네트워크망에 관심을 갖거나 이런 모델에 지속적 관심을 갖고 지원할 분들이 몇이나 될까요? 구본홍이 YTN사장되는 것에 방송장악이라고 투쟁하는 분들이 이명박의 인터넷 장악 기도를 분쇄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할 지 두고볼 일입니다.

미디어토크 대담중, link님은 미국의 시민참여 모델을 언급했습니다. 링크님이 이야기한 미국의 온라인 파워는 우리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링크님이 지적하신대로, 미국에서는 오프라인 의존적인 혹은 기성체제 의존적인 온라인 시민참여가 아니라, 온라인이 주체가 되는 시민 참여민주주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진영 어느 쪽을 들여다 봐도 참여는 분산되어 있고, 참여하는 주체들간 정보 공유와 토론, 연대는 상당히 끈끈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끈으로 연결된 망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분산된 참여 네트워크에서 만들어내는 정치적 행위는 그야말로 현실적입니다. ‘선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냥 ‘투표하자’가 아니라, 우리들이 미는 후보들이 이길 수 있도록 ‘돈을 내고’ ‘조직을 만들자’는 겁니다.

link님은 moveon.org를 언급했지만, 인터넷의 작은 목소리들이 결합해 큰 힘을 내는 모델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진보 블로거들의 연대 Netroots Nation과 디지털 세상의 자유를 방어한다는 캣치프레이즈를 내건 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EFF)가 대표적입니다. 지금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는 Netwoorts Nation에서 주최한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습니다. 미국 진보 블로그계의 핵심 중 한명인 Markos Moulitsas가 기획해서 올해로 세번째 열리고 있는 이 진보 블로거들의 연대 컨퍼런스에는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를 포함해 유력 정치인들이 모습을 내밀고 있습니다. 이 컨퍼런스에서는 미국의 조선일보격인 팍스뉴스에는 ‘기자출입증’ (press pass)를 발급하지 않습니다만 기존 매체가 앞다투어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Netroots Nation.jpg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런 운동의 핵심은 공화당 후보 낙선운동과 진보성향 후보에 대한 경제적 조직적 지원 운동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7월 1일 민주당 하원 후보인 Darcy Burner의 시애틀 집이 불탔을 때, 블로거들은 온라인을 통해 기금 모금을 해서 즉시 4억원을 모아줬다고 합니다 [WSJ]. 이 한가지 예만 봐도 현재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가 왜 ‘연방정부의 공적 선거자금’을 쓰지 않겠다고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오바마의 선거 캠프는 netroots nation과 같은 블로거 연대의 도움을 받아 정예 조직을 구축할 수 있었지만, 현재 오바마의 온라인 선거 진영 규모는 이미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해지고 튼튼해졌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노무현 대통령’만들때 이미 그런 가슴벅찬 경험을 했습니다만, 역시 우리나라는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 갇힌 인터넷 참여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 결론은 무엇일까요. 인터넷을 통제하겠다고 팔 걷고 나선 이명박 정부에 맞서기 위해서 이제 조직을 갖춰야 할 때입니다. 7-30 교육감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인터넷에서는 한마디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미국은 블로그를 통해 특정 후보 낙선운동을 벌이고 지지 후보를 위한 기금 모금을 자유롭게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 미친 교육 반대! 주경복 교육감 한번 만들어 봅시다“라고 블로그에 올리니 선관위에서 협박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조중동 광고매체에 항의전화한다고 검찰에서 ‘출금’조치를 하는 나라입니다. 겁주고 으르고 협박하면 무서워 떨게 아니라, 저항하고 조직적으로 뭉쳐야 합니다. 검찰청 게시판에 가서 이름적고 ‘나잡아 가슈’라고 저항하면 ‘봐라, 우리 검사님들에게도 이렇게 대드는 이런 애들이야’식의 반응밖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면 이에 맞서기 위해 Electric Frontier Foundation같은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link님이 언급한대로 촛불처럼 풀뿌리에서 올라오는 힘으로 미국의 moveon.org같은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선거로 정권잡은 사람이 쿠데타군처럼 행동하는 이 반동의 세월에 우리나라에 필요한 진짜 인터넷의 파워는 블로그계의 김구라를 찾는게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매직 대신 자판을 들고 “인터넷 시대의 대자보”를 계속 붙여대는 “인지적 활동가(cognitive activist)”의 네트워크입니다.

11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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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결국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시민단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는 선거가 다가오면 실제로 다들 아는 사람에게 직접 전화도 걸고 문자도 보내고 선거자금도 모으고 하지요.

    또 현 정부의 인터넷 재갈 물리기는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겠다든지 저작권 위반한 게시물을 세번 삭제하지 않으면 아예 포탈 등 서비스 사업자 자체를 영업정지시키겠다든지 하는 황당한 조치들이 마구 만들어지고 있는데 네티즌들이 진정으로 뭉쳐야 할 때인 듯합니다.

  2. 그들 망상속의 성공을 위해, 스스로 존립기반을 죽이고 이용한 대표적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다 언젠가 잊혀혀질 사람들이라고 믿습니다. 언제 액티비스트들의 사이트인 http://www.zcommunications.org/znet 도 방문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3. 주류매체에서 기성매체로…

    미국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블로거들은 신문이나 방송등 전통적 매체를 Mainstream media (MSN)라고 부른다 이는 1990년대 보수 정치 논객들이 신문이나 TV매체를 지칭한 용어였는데, 최근에는 ….

  4. 큰 자극이 되는 글을 써주셨네요.

    “겁주고 으르고 협박하면 무서워 떨게 아니라, 저항하고 조직적으로 뭉쳐야 합니다. ”

    말씀에 큰 자극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론 지난 386세대, 특히나 한겨레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그래서 호형호제하면서 그 인연의 끈을 이어오고 있는 몇몇 선배분들의 절절한 체험담, 취중진담들이 더불어 떠오릅니다. 의대에서 제적당하고, 다시 역사학과에 입학하신, 그렇게 다시 학생운동에 투신하신 한 형님께서는 종종 새벽에 전화로 술 마시자고 불러내시는 정이 많으신 분인데요. 언젠가 “일제시대가 다시 와도 내 운동 안한다…” 이런 취중말씀을 하시더군요… 최근까지 하시던 대리운전을 그만 두시고, 현재는 유적탐사와 관련 문서 집필을 하십니다. 제가 감히 함부로 그 형님의 진의를 함부로 재단할 수야 없겠습니다만… 자신이 그토록 저항하고, 헌신했던 운동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갖고 계신 것 같더군요, 기성 정치권(여야를 불문하구요..)에 대한 불신은 말할 것도 없구요.. (물론 김근태씨에 대해서만은 예외지만요).

    저항과 조직(그 조직이란 말씀하신 바, 서로 ‘독립’적으로 ‘분산’해서 존재하되, 함께 연대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순발력 있는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말씀하신 것일텐데요.. )이 대한민국의 가장 가까운 현대사, 좀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그 위대한 학생운동의 역사적 결실에서 소외된 ‘다수’의 386이라는 역사, 혹은 급속하게 세속화된 386의 역사라는 ‘관성’ 속에서 얼마나 능동적이고, 유기적인 저항과 조직으로 묶일 수 있을는지 좀 회의적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말씀하신 그 방향과 비전에 깊이 깊이 공감하면서도, 그 방법론의 차원에서는 뭔가 이렇다할만한 빛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저항과 조직’이라는 뼈대에 살을 붙이는 그 구체적 방법론을 앞으로 블로그래픽에서 좀더 심도깊게 논의하고 싶다는, 제 역량으로는 턱없이 과분한, 하지만 여럿이서 함께 서로 배우고, 또 대화를 나눈다면 어쩌면 작으나마 실천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그 방법론을 고안해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글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5. 386세대나 전대협식 투쟁을 생각하니까 우울해지고 힘이 빠지는 겁니다.

    에이트리어스(Atrios)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Duncan Bowen Black 이나 위에 언급한 Markos Moulitsas의 블로그들에서 어떻게 글을 쓰고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를 배워야 합니다..

    link님이나 민노씨같은 골수 인터넷 활동가들이 조직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도전해 보셨으면 합니다.

  6. 잘봤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봤던 블로그 스킨중에 제일 깔끔합니다.

  7. 데일리 코즈에서 이제는 넷룻츠 네이션스로 진화했군요. 이것은 꼭 마커스 뮬리사스의 역량 때문이라기 보다는 전반적인 웹 문화의 성숙에서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악랄한 선거법을 가진 우리나라라면 마커스 뮬리사스는 벌써 감옥에 있겠네요.

    깃대산님께서 제 붙여주신 골수 인터넷 활동가는 표현은 글쎄요. 전 단지 인터넷의 가능성늘 높이 사고 있는 하나의 시민일 뿐 활동가랑은 거리가 멉니다. 블로그래픽의 동인들이라면 모를까요. 하여간 이곳을 마당으로 괜찮은 프로젝트들을 제대로 진행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8. link/ ‘골수 인터넷 활동가’라니까 어감이 좀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링크님이나 민노씨 그리고 블로그를 가지고 정치적 의견을 내는 모든 분들은 위에서 언급한 ‘인지적 활동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링크님은 제가 매우 존경하는 인터넷 활동가입니다.. 링크님은 ‘가능성만 높이 산다’고 했지만, 사실 거기서 끝나면 안될 것 같습니다.. 링크님처럼 인터넷을 잘 아시는 분들이 제안하신 그런 조직을 일으키는데 일조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민노씨보고 패배주의에 젖지 말자고 하신만큼 방법론적인 면에서도 좋은 제안을 해주실 걸로 기대합니다.

  9. 주성치/ 깔끔하다고 칭찬해주셔 감사합니다.. 저 말고 다른 블로그래퍼분들이 모두 뛰어난 재주와 기량들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10. 대!동!단!결!

  11. 블로그계의 김구라 워너비들…

    ‘블로그계의 김구라 워너비들’에 보내는 트랙백입니다. 많은 부분 동감합니다. 미국사회 운동-이것이 오프라인이던, 온라인이던-을 평가하기엔 제 지식이 짧습니다. 다만, 1. 지역적 자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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